무극진경

제목 태극도 - 무극진경 5장
1
구천상제님께서 을사(乙巳 : 도기 전 4, 단기 4238, 서기 1905)년 정월 그믐날 형렬을 거느리시고 부안 성근리(成根里) 이환구(李桓九)의 집에 행재하실 때, 환구가 부안 사람 신원일(辛元一)을 거듭 천거하므로 부르시니 원일이 와서 뵈옵고 상제님을 자기 집으로 모셨는데, 원일의 부친과 아우는 상제님을 믿지 않을뿐더러 행재하심을 싫어하니라. 원일이 여쭈기를 "가친이 본래 어업을 경영하옵는데 작년에는 폭풍으로 큰 손해를 보았사오니 금년에는 풍재(風災)를 없게 하셔서 흥왕하게 하여 주시면 다행이겠사옵니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그 일은 어렵지 아니하니 많은 이익을 얻은 후에 천 냥을 내게 가져오겠느냐? 장차 쓸데가 있음이니라." 하시니라. 원일의 부자가 기뻐하며 승낙하더니 이해에 과연 풍재가 없어 칠산 바다에서는 그의 어업이 가장 잘되어 많은 돈을 버니라.
2
상제님께서 원일의 부친에게 사람을 보내셔서 "승낙한 돈 천 냥을 보내라." 하셨으나 그는 약속을 어기고 보내지 아니하니, 원일에게 말씀하시기를 "이는 천약(天約)을 어김이라. 내 일은 모두 신명으로 하여금 작정하게 한 것이므로 한 가지라도 사사로이 못하느니, 이후로는 너희 집 어업이 철폐되리라." 하시더니 과연 고기가 잡히지 않아 마침내 폐업하니라.
3
이해 봄 불가지(佛可止)에 행재하실 때, 유불선(儒佛仙) 세 글자를 쓰시고 종도들에게 "각기 뜻 가는 대로 짚으라." 하시니라. 김석(金碩)이 불(佛)자를 짚으려 하는데, 마침 한 부목한(負木漢)이 와서 "무슨 일을 하시나이까?" 하고 여쭈므로 종도들이 그 방자함을 꾸짖어 쫓으려 하니 "그도 또한 인생이라, 어찌 쫓느뇨?" 하시고 그에게 "우리가 도를 세우려 하는데 무슨 도가 좋을지 의논 중이니 너도 이 세 자 중 한 자를 짚으라." 하시니라. 그가 유(儒)자를 짚으니 "이 일로 인하여 후일 너희들이 유로써 폐해를 당하리라." 하시니라.
4
회선동 보경의 집에서 여러 날 행재하실 때 보경이 함열(咸悅) 사람 김광찬(金光贊)을 천거하여 추종하게 하고, 또 소진섭(蘇鎭燮)과 임피 군둔리(軍屯里) 김성화(金性化) 등이 추종하니라.
5
하루는 상제님께서 "어렸을 때 지은 글이라." 하시고 종도들에게 "운래중석하산원(運來重石河山遠) 장득척추고목추(粧得尺椎古木秋)"를 외워 주시며 "선생문명(先生文命)이 아닐는가?"를 "심고하며 받으라." 하시고, "상심현포청한국(霜心玄圃靑寒菊) 석골청산수락추(石骨靑山瘦落秋)"를 외워 주시며 "선령(先靈)문명이 아닐는가?", "천리호정고도원(千里湖程孤棹遠) 만방춘기일광원(萬方春氣一筐圓)"을 외워 주시며 "선왕(先王)문명이 아닐는가?", "시절화명삼월우(時節花明三月雨) 풍류주세백년진(風流酒洗百年塵)"을 외워 주시며 "선생 선령 선왕 합덕(合德)문명이 아닐는가?", "풍상열력수지기(風霜閱歷誰知己) 호해부유아득안(湖海浮游我得顔) 구정만리산하우(驅情萬里山河友) 공덕천문일월처(供德千門日月妻)"를 외워 주시며 "우리의 득의추(得意秋)가 아닐는가?" 하고 각각 심고하며 받게 하시니라.
6
또 "시세를 짐작건대, '대인보국정지신(大人輔國正知身) 마세진천운기신(磨洗塵天運氣新) 유한경심종성의(遺恨警深終聖意) 일도분재만방심(一刀分在萬方心)'이라"를 창(唱)하시며 "이 글은 민영환(閔泳煥)의 만장이니 '일도분재만방심'으로 세상일을 알게 되리라." 하시고 "사오세무현관(四五世無顯官)하니 선령은 생유학(生幼學), 사학생(死學生)이요, 이삼십불공명(二三十不功名)하니 자손은 입서방(入書房), 출석사(出碩士)라." 하시니라.
7
3월에 일진회원과 전주 아전이 서로 다투어 정창권(鄭昌權)이 부중 백성을 모아 사대문을 잠그고, 일진회원의 입성을 막으며 사방으로 통문을 돌려 민병을 모집하여 일진회를 소멸(剿滅)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어렵게 살아난 것이 또 죽게 되었으니 구원하여 주리라." 하시며, 경오(京五)에게 "돈 70냥을 가져오라." 하시니라. 경오가 돈이 없다 하므로 다른 데서 7냥을 주선하셔서 "이 7냥이 능히 70냥을 대신하리라." 하시며 형렬을 거느리시고 전주 용머리고개 주막에 임어하셔서 행인들을 불러 술을 사 주시고, 종이에 글을 쓰셔서 그 집 문 돌쩌귀와 문고리를 연결하시더니, 이날 오후에 일진회와 아전이 화해하여 사대문을 열고 일진회원을 입성하게 하니라. 상제님께서 이날 쓰신 돈이 6냥이라,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바둑 한 점으로 10만 군을 물리쳤다 하는데, 이제 나는 돈 6냥으로 일진회와 아전의 싸움을 말렸느니라." 하시니라.
8
이날 밤에 도적이 경오의 집에서 돈 70냥을 빼앗아 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그 돈에 적신(賊神)이 범함을 알고 활인지사(活人之事)에나 쓰기 위하여 가져오라 하였는데 경오가 불응함이니라." 하시니라.
9
이후 몇 달 동안 객망리 앞 주막에서 공사를 행하시니, 종도들의 내왕이 빈번하여 주막 주인 오동팔(吳東八)이 돈을 많이 모으니라. 시일이 지나 종도들의 비용이 부족함을 보고 심히 냉대하므로 그 의리 없음을 탓하니, 타이르시기를 "어리석은 자가 어찌 의리를 알리요, 우리가 만일 그 무의(無義)함을 탓하면 그가 반드시 큰 화를 받으리니, 나의 과차(過次)에 덕을 베풀지 못하고 도리어 화를 끼치면 어찌 온당하랴?" 하시니라.
10
태인에 임어하셔서 밤에 종도들을 거느리시고 성황산(城隍山) 위에서 공사를 행하신 다음, 말씀하시기를 "이제 대신명들이 모였으니 그 해산 끝에는 참혹한 응징이 있으리라." 하시더니, 말씀을 마치시자 읍내에서 군중의 고함소리가 나는지라. 종도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하산하여 사유를 탐문하니 "김기년(金基年)의 주막이 군중에게 습격되어 가재잡기와 술독이 모두 부서졌다." 하니라. 원래 기년이 술장사를 하매 읍내 청년들의 동정을 얻어 많은 돈을 벌었더니, 그 후에 청년들이 궁핍하여지자 괄시가 심하므로 청년들이 분개하여 습격함이니라. 이튿날 상제님께서 그 집에 임어하시니 부부가 울며 이사하려 함을 보시고 타이르시기를 "원래 이해득실이 모두 제 몸에 있고, 처소에 있지 아니하니 이후로는 삼가 모든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면 앞길이 펴지고 영업이 다시 흥왕하리라." 하시니라.
11
그날 밤 동팔의 주막에서 갑자기 우레 같은 소리가 나며 집이 절로 쓰러졌는데, 사람과 세간은 상한 바 없으니라. 동팔이 재목을 수습하여 다시 집을 짓다가 두 번이나 거듭 쓰러지므로 할 수 없이 공사를 중지하고 임시 의막을 치고 지내니라. 하루는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그 상황을 보고 불쌍하다 하며 자진하여 겨우 서너 시간 만에 집을 지어 준 다음, 품삯도 받지 않고 가니라. 대저 그 집을 지으려면 보통 목수 10여 일 품이 들 것이므로 이웃 사람들은 크게 이상히 여겼으나, 종도들은 모두 그 전날 성황산 위에서 하신 말씀이 상기되어 그 피해는 신명들이 해산할 때 응징한 바요, 그 신이한 공사는 곧 상제님께서 불쌍히 여기심에 따른 권능이라 생각하니라.
12
상제님께서는 언제나 공사를 행하실 때, 종도들에게 "내가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선천의 모든 도수를 뜯어고쳐 후천의 새 운수를 열어 선경을 건설하리니, 너희들은 마음을 잘 닦아 앞에 오는 좋은 세상을 맞으라." 하셨으므로 종도들은 하루속히 새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니라.
13
7월 어느 날 원일이 청원하기를 "선생님께서 후천개벽의 새 세상건설을 선포하신 지가 이미 오래이오며, 삼계의 공사를 하심도 여러 차례이온데, 세정(世情)과 물상(物象)은 변함이 없사오니 저희들의 미혹과 남들의 조소가 자심(滋甚)하옵니다. 바라옵건대 속히 선경을 건설하셔서 저희로 하여금 남의 조소를 받지 않게 하시옵고, 저희들 생전에 복락과 영화를 누리게 하옵소서." 하니라. 상제님께서 훈교하시기를 "인사에는 기회가 있고 천리에는 도수가 있느니, 무극이 정(定)하고 태극이 동(動)하여 생음양(生陰陽)하는 기동에 따라 그 기회를 지으며 도수를 짜는 것이 공사의 규범이라. 이를 버리고 억지로 일을 꾸미면 천하에 재앙을 끼침이요, 억조의 생명을 빼앗음이니 이는 나의 공사가 아니니라." 하셨으나, 원일이 다시 간원하기를 "지금 천하가 혼란무도하여 선악을 가리기 어렵사오니, 속히 새 기운의 운수를 열어 주옵소서." 하므로 상제님께서 심히 괴로워하시니라.
14
원일과 종도 몇 사람을 거느리시고 변산 개암사(開岩寺)에 임어하셔서 원일에게 청수 한 대접을 놓고 그 앞에 꿇어앉게 명하신 다음, 성냥 한 개비를 청수에 넣으시니 문득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니라. 말씀하시기를 "만일 한 동이 물에 성냥 한 갑을 넣으면 천지가 물바다가 될지니 개벽이란 이렇게 쉬우니라. 이것을 도수에 맞지 않게 쓰면 재해만 지을 뿐이므로, 내가 50년 공부의 도수를 짰느니라." 하시고 청수를 물리시니 비바람이 그치니라. 상제님께서 원일에게 "속히 집에 가보라." 하시므로 원일이 명을 받들고 집에 가니 아우의 집이 비바람에 무너져서 그 가족들이 자기 집에 모여 있으니라.
15
원일이 비참하여 그 사유를 아뢰니 이튿날 상제님께서 원일의 집에 임어하셔서 하교하시기를 "대저 제생의세(濟生醫世)는 성인의 도요, 재민혁세(災民革世)는 웅패(雄覇)의 술이라. 이제 천하가 웅패에게 시달린 지 오래인지라, 내가 합덕지리(合德之理)와 상생지도(相生之道)로써 화민정세(化民靖世)하리니, 새 세상 보기가 어려움이 아니라 마음 고치기가 어려우니라. 이제부터 마음을 바르게 하라.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호생지덕(好生之德)을 가져야 하리니, 어찌 억조(億兆)를 사멸(死滅)하게 하고 홀로 살기를 도모하리오?" 하시니, 원일은 상제님께 지나치게 간청하였음을 뉘우쳤으며, 그 아우는 형이 불고가사함이 미워서 상제님께 공손하지 않은 죄로 집이 무너짐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고치니라.
16
원일의 부친이 서울 사람으로부터 수만 냥 빚을 얻어 어업을 하다가 실패하매, 채권자가 그 집에 와서 유숙하며 채무상환을 성화같이 독촉하니라. 상제님께서 그 정황을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며 채권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오늘 비가 오고 아니 옴으로써 채무를 탕감하는 내기를 함이 어떠하뇨? 그대가 비오고 아니 옴을 먼저 임의로 결정하면 나는 그 반대로 하리라." 하시니 그가 흔연히 응낙하니라. 채권자는 이때 청명한 일기이므로 "비가 오지 않으리다." 하니, 상제님께서 "비가 오리다." 하신 다음 어수로 하늘을 가리키시매 곧 소나기가 쏟아지니라. 채권자가 할 수 없이 그 빚을 탕감하니라.
17
8월에 상제님께서 고부 입석리(立石里) 매부 박창국(朴昌國)의 집에 임어하셨는데, 마침 매씨 선덕 부인(宣德夫人)께서 벗은 발로 풀밭에 다님을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근처에 독사가 많은데 발을 물리면 어찌하리오?" 하시고 길게 휘파람을 부시자, 문득 독사 한 마리가 풀밭에서 나와 뜰 아래 머리를 들고 도사리니라. 이때 창국이 밖으로부터 들어오다가 독사를 보고 상장(喪杖)으로 타살(打殺)하니라. 상제님께서 탄식하시며 "독사혜(毒蛇兮) 독사혜여, 상인견지(喪人見之)에 상장타살(喪杖打殺)하고, 선승견지(禪僧見之)에 선장타살(禪杖打殺)이언마는 누이는 제어할 것이 없도다." 하시더니, 독사의 피가 땅에 묻어 있음을 보시고 "이 피를 맨발로 밟으면 해로우리라." 하시며 친히 그 피를 발로 비벼 독기를 제거하시니라.
18
동짓달에 종도들을 거느리시고 익산 만성리 정춘심(鄭春心)의 집에 임어하셔서 승복(僧服) 한 벌을 지어 벽에 걸게 하시고, 사명당(四明堂)을 외우시며 "산하대운을 돌리고 또 남조선 뱃도수 공사를 보리라." 하시니라. 7일간을 방에 불을 때지 아니하시고 공사를 행하시더니, 춘심에게 쇠머리 한 개를 삶아 문 앞에 놓고 백지 한 묶음을 길이로 무수히 잘라 풀로 붙여 연결하고 이를 말아서 두루마리를 만들게 하신 다음, "배질을 하리라." 하시며 두루마리 끝을 문밖에서 창구멍으로 들여보내게 하시니라. 이를 방에서 다시 감아 두루마리를 만드시며 정성백(鄭成伯)에게 승복을 부엌에서 불사르게 하시니, 방에서 두루마리가 다 감기자 문득 천둥이 뱃고동 소리와 같이 나고, 석탄 연기가 코를 찌르며 온 집안이 풍랑에 흔들리는 선실과 같이 되니라. 이때 동참한 사람은 진섭 덕유 광찬 형렬 갑칠 춘심 성백과 그 가족들이니라. 덕유는 문밖에서 혼도하고, 춘심의 가족들은 각기 그 침실에서 혼도하였으며, 갑칠 등은 정신을 잃고 인사불성이 되니라.
19
상제님께서 청수를 갑칠의 입에 흘려 넣으시며 부르시니 곧 소생하니라. 차례로 청수를 얼굴에 뿌리기도 하시고 혹 먹이기도 하시니, 모두 정신을 회복하므로 말씀하시기를 "공사에 참여하여 모두 애를 썼으니 밥이나 제때 먹여야 하리라." 하시고 글을 쓰셔서 갑칠에게 주시며 "부엌에 가서 불사르라." 하시니라. 갑칠이 가보니 성백의 처가 혼도하여 있으므로 급히 글을 불사르자, 소생하여 정신을 차리고 수라를 지어 올리매, 상제님께서 여러 사람에게 밥을 큰 그릇에 비벼 함께 먹게 하시며 "이것이 곧 불사약이니라." 하시니라. 모두 그 밥을 먹으니 정신이 상쾌하고 기운이 생겨났으며, 폐병이 중기이던 덕유는 이로부터 완쾌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허약한 무리들이 일을 재촉하느냐? 육정(六丁) 육갑(六甲)을 쓸어들일 때에는 살아날 자가 적으리라." 하시니라.
20
어느 날 함열을 경유 동곡으로 향발하실 때, 길이 심히 질어 행행에 불편하시니라. 상제님께서 "칙령치도신장(勅令治道神將) 어재함라산하(御在咸羅山下) 이어우전주동곡(移御于全州銅谷)"을 쓰셔서 불사르시니 진 길이 곧 얼어 굳어지므로 마른 신발로 편히 출어하시니라.
21
동곡 앞의 술장수 정괴산(丁槐山)이 극히 빈한하였으나, 언제나 상제님께 지성으로 공양하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그 집에 임어하시니, 이날도 공양하려고 질솥(土鼎)에 개장국을 끓이다가 문득 질솥이 깨어지매, 괴산의 처가 낙담하여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므로 불쌍히 여기시고, 신경원(辛京元)에게 명하셔서 그가 경영하는 철물점에서 쇠솥(鐵鼎) 하나를 가져다주게 하시며 "조을시구 좋도다. 쇠솥과 괴산의 인연으로 한 도수를 이루도다." 하시니라. 이로부터 괴산의 집안 형편이 점점 넉넉하여지매 모든 사람이 그 철정을 호정(好鼎) 또는 복정(福鼎)이라 하니라.
22
하루는 용화동 박봉민(朴奉敏)의 주막에서 술을 찾으시니 "마침 술이 떨어졌나이다." 하므로 상제님께서 술항아리를 가져오게 하셔서 물을 부으시고 항아리를 어수로 어루만지신 다음,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마시게 하시니 그 맛이 오히려 본래의 술맛보다 더 나으므로 모두 신이하게 여기니라.
23
하루는 금산사 청련암(靑蓮庵)의 승려 김현찬(金玄贊)에게 하문하시기를 "명당 쓰기를 원하느냐?" 하시므로 "평생 소원이로소이다." 하니 "믿고 기다리라." 하시고, 병욱에게도 그와 같이 하문하시므로 본디 바라던 바라고 하매 또 "믿고 기다리라." 하시니라. 그 후에 수년이 지나도록 분부가 없으시므로, 하루는 병욱이 여쭈기를 "전에 하락하신 명당은 언제 주시려나이까?" 하니 "네가 아들을 원하므로 그때 명당을 써서 이미 발음되었느니라." 하시니라. 원래 병욱이 자식 없음을 한하다가 명당을 하락하신 후에 소실을 얻어 아들을 낳았으므로 그 일을 이르심이었으나, 병욱이 심히 허황하게 여기므로 "선천에는 매백골이장지(埋白骨而葬之)로되 후천에는 불매골이장지(不埋骨而葬之)니라." 하시니라. 현찬도 여쭈매 "너도 이미 발음이 되었느니라." 하시니, 현찬은 명당을 하락하신 후에 퇴속(退俗)하여 처를 얻고 아들을 낳았으므로 이 일을 이르심이니라.
24
갑칠이 부모의 산소를 옮기려고 물품과 작업 도구를 준비하였더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위하여 면례하여 주리라" 하시고 준비한 관과 물품을 불사르게 하신 다음, 그 재를 앞 내에 버리게 하시며 " 하늘을 보라." 하시니라. 갑칠이 우러러보니 문득 이상한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까지 뻗치매, "너의 친산 면례를 천상에 함이니라." 하시니라.
25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하교하시기를 "모든 일을 있는 말로 지으면 천지가 부수려 하여도 못 부술 것이요, 없는 말로 꾸미면 부서질 때에 여지가 없으리라." 하시니라.
26
또 "나의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느니 들을 때에 익히 들어 두었다가 쓸 때에 주저하지 말고 내어 쓰라." 하시니라.
27
"대인의 말은 구천에 사무치느니, 나의 말은 늘지도 줄지도 않고 여합부절(如合符節)이니라." 하시니라.
28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으면 바위에 물 붓기와 같으니라." 하시니라.
29
어떤 사람이 도술을 가르쳐 주시기를 간청하니 하교하시기를 "이제 가르쳐 주어도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흘러 바위에 물 붓기와 같으리니 쓸 때에 열어 주리라." 하시니라.
30
하루는 "술수는 삼국시대(三國時代)에 생겼으나 해원하지 못하더니, 이제야 비로소 해원하게 되느니라." 하시니라.
31
또 "수운 가사에 '발동 말고 수도하소, 때 있으면 다시 오리' 하였으니 기틀과 철을 알아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32
"속언에 '맥 떨어지면 죽는다.' 하느니 연맥(連脈)을 바르게 하라." 하시니라.
33
"나를 믿고 마음을 정직하게 하면 하늘도 너희를 두려워하리라." 하시니라.
34
"범사에 정심하며 정리대로 행하여야 큰일을 이루느니, 만일 사심(邪心)으로 사리(邪理)를 좇아서 하면 사신(邪神)이 들어 일을 망치고, 신심이 없이 일에 처하면 농신(弄神)이 들어 일을 번롱(飜弄)하며, 탐심을 두는 자는 적신(賊神)이 들어 일을 역행(逆行)시키느니라." 하시니라.
35
"자리를 탐내어 당치 않은 자리에 앉으면 신명들이 등을 쳐서 물리치느니 자리를 탐내지 말고 덕 닦기를 힘쓰며, 마음을 잘 가지면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느니라." 하시니라.
36
"운수는 가까워져 오고 도는 멀어지기 쉬우니, 작심불휴(作心不休)하여 목넘기를 잘하라." 하시니라.
37
"수운시(水雲詩)에 '도기장존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이라' 하였으나, 나는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라' 하노라." 하시니라.
38
"수운 가사에 '제 소위 추리한다 생각느니 그뿐이라' 하였으니, 너희들이 이곳을 떠나지 아니함은 의혹이 증대(增大)하는 연고이나, 이곳은 곧 선방(仙房)이니라." 하시니라.
39
"모든 일에 성공이 없음은 일심 가진 자가 없음이니, 만일 일심만 가지면 못 될 일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무슨 일에든지 일심 못 가짐을 한할 것이요, 성공 못 할 생각은 하지 말라." 하시니라.
40
"천지 안에 있는 말은 하나도 헛된 말이 없느니라." 하시니라.
41
"인간의 복록을 내가 주재하나 베풀 곳이 없음을 한하노라. 이는 일심 가진 자가 없음이니, 일심자만 나타나면 빠짐없이 베풀어 주리라." 하시니라.
42
"세상에서 수명복록(壽命福祿)이라 하여 복록보다 수명을 중히 여기나, 복록이 적고 수명만 긴 것처럼 욕된 자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는 수명보다 복록을 중히 여기라. 녹이 떨어지면 생도 떨어지느니라." 하시니라.
43
"내가 서촉(西蜀)에 있을지라도 일심 가진 자는 모두 찾으리라." 하시니라.
44
"너희들이 지금은 이렇듯 친숙하되 후일에는 내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리니,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 닦기에 힘쓰라. 수운 가사에 '많고 많은 저 사람에 어떤 사람 이러하고, 어떤 사람 저러한가' 함과 같이 탄식줄이 나오리라." 하시니라.
45
"천지인 삼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며,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 그러하니라." 하시니라.
46
"신은 사람 먹는 데 따라서 흠향(歆饗)하느니라." 하시니라.
47
"사람끼리 싸우면 천상에서는 선령신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느니, 천상 싸움이 끝난 후에라야 인간 싸움이 귀정(歸正)되느니라." 하시니라.
48
"너희는 항상 평화를 주장하라. 너희끼리 싸우면 밖에서는 난리가 일어나느니라." 하시니라.
49
"풍신 좋고 재주 있는 자를 보고 기운을 잃어 '저런 사람이 일을 이룰 것이요, 나와 같이 졸(拙)한 자가 어찌 큰일을 감당하리오?' 하고 낙심하면 이는 스스로 일을 깨뜨리는 것이니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며 잘되려 하여도 되지 아니하리라. 그리하면 호위하던 신명들이 '저런 나약한 자에게 붙어 있다가 스스로 그르칠까'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리라." 하시니라.
50
"천하사를 도모하는 자는 고생을 무릅쓰고 진성갈력(盡誠竭力)하다가 설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죽어서 천상에 올라가면, 예로부터 그와 같이 생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후에 잘된 신명들이 반갑게 맞아 윗자리의 꽃방석에 앉히고, 고생을 위로하며 천상락(天上樂)을 누리게 하리니 무슨 한이 있으리오" 하시니라.
51
"아무리 중대한 일이라도 도수에 맞지 아니하면 허사가 될 것이요, 경미한 일이라도 도수에 맞으면 경사가 되느니라." 하시니라.
52
"선천에는 모사(謀事)는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었으나, 후천에는 모사는 재천하고 성사는 재인이니라." 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