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진경

제목 태극도 - 무극진경 2장
1
구천상제님께서 임인(壬寅 : 도기 전 7, 단기 4235, 서기 1902)년 4월 13일에 금구군 수류면 현 김제군 금산면 원평(院坪)을 행행(行幸) 하시다가 전주군 우림면 하운동(夏雲洞)에 사는 김형렬을 만나시니, 그는 전부터 상제님께 안면이 있었는데 성도(成道)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뵈옵기를 원하던 차이므로 크게 기뻐하며 자기 집에 왕림(枉臨)하시기를 간청하니라. 형렬의 집에 임어(臨御)하셔서 말씀하시기를 "그대 집에 이제 삼신(三神)이 들어가니 산기(産氣)가 있을지라, 빨리 내실로 가보라." 하시므로 형렬이 내정(內庭)에 들어가니 과연 그 아내가 셋째 아들을 낳으니라.
2
형렬의 아내가 전부터 산후(産後)에는 심한 복통으로 몇 달씩 고생하는 지병이 있었는데, 이때도 재발하여 형렬이 근심하므로 위안하시기를 "금후로는 모든 일에 나를 믿고 근심을 놓으라." 하시니라. 형렬이 명하신 대로 하니 과연 아내의 복통이 곧 그치고 천촉(喘促)과 해소(咳嗽) 같은 증세도 다 나으니라.
3
상제님께서 형렬의 집에 행재(行在)하시며 공사(公事)를 행하실 때 김자현(金自賢) 김갑칠(金甲七) 김보경(金甫京) 한공숙(韓公淑) 등이 차례로 추종(追從)하니라.
4
형렬 등에게 하교하시기를 "시속에 어린아이에게 개벽장이라고 희롱하느니 이는 개벽장(開闢長)이 날 것을 이름이라. 내가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천지를 개벽하며 무궁한 선경(仙境)의 운수를 정하고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열어 재겁(災劫)에 싸인 신명과 민중을 건지려 하니, 너희는 마음을 순정(純正)히 하여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수종(隨從)하라." 하시고 날마다 명부공사(冥府公事)를 행하시니라. 또 "명부공사의 심리(審理)에 따라 세상의 모든 일이 결정되느니 명부의 혼란으로 세상도 또한 혼란하게 됨이니라. 그러므로 전명숙(全明淑)으로 조선명부(朝鮮冥府), 김일부(金一夫)로 청국명부(淸國冥府), 최수운(崔水雲)으로 일본명부(日本冥府)를 각기 주장하게 명하노라." 하시며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라.
5
이어 하교하시기를 "이제 선천(先天)의 말세(末世)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无極大運)을 열으리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정한 마음으로 공정(公庭)에 참여하라. 나는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선경을 열어 비겁(否劫)에 빠진 중생을 건지려 하노라." 하시며 형렬에게 신안(神眼)을 열어 주셔서 신명의 모이고 흩어짐과 명령을 받드는 상황을 참관(參觀)하게 하시니라.
6
여름을 지내면서 형렬의 집이 가난하여 공양(供養)이 거칠며 간략하고, 또 밭이 메말라서 채소가 잘 자라나지 않아 형렬이 근심하므로 말씀하시기를 "산중에는 별미가 없으니 채소나 잘 되게 하여 주리라." 하시니라. 이로부터 조금 심었던 악마디의 채소가 가꾸지 아니하여도 잘 자라나서 쓰임에 넉넉하게 되니라.
7
6월 어느 날 형렬에게 "예수교서 한 권을 구하여 오라." 하시므로 형렬이 이웃 마을 오동정 김경안(金京安)에게서 신약전서를 구하여 올리니 상제님께서 받으셔서 불사르시니라. 그 후에 형렬이 상제님을 모시고 오동정 차윤필(車允必)의 집에 가니 경안이 와서 "빌려 간 책을 돌려 달라." 하므로 형렬이 대답하지 못하는데 상제님께서 대신하여 답하시기를 "곧 돌려주리라." 하시니라. 마침 한 붓장수가 지나가므로 불러들이셔서 술을 주신 다음, 그 붓상자를 열게 하시니 속에 신약전서 한 권이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예수신자가 아니므로 이 책이 쓸데없으리니, 내게 전함이 어떠하뇨?" 하시니 붓장수가 승낙하므로 그 책을 받으셔서 경안에게 주시니라.
8
그 후에 천수경 한자옥편 사요(史要)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 강절관매법(康節觀梅法) 대학(大學) 등과 형렬의 채권부를 불사르시니라.
9
형렬이 추석을 당하여 쇠솥(鐵鼎)을 팔아 추석 반찬을 마련하려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솥이 들썩들썩하니 미륵불이 출세함이로다. 솥의 조화가 더욱 크리라." 하시니라. 형렬에게 쇠꼬리 한 개를 구하여 오게 하셔서 불을 피우고 두어 번 둘러 내신 다음 "해를 보라" 하시므로 형렬이 우러러보매 햇무리가 둘러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대세가 큰 종기를 앓음과 같으므로 내가 그 종기를 파하였노라." 하시니라.
10
9월에 농가에서 보리갈이로 분주함을 보시고 한숨지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신고하여도 수확이 없으리니 어찌 가석(可惜)하지 않으리오?" 하시므로 형렬이 이 말씀을 듣고 보리를 갈지 않으니라. 다음 해 봄에 일기가 순조로워 보리농사가 잘될 징조이므로 김보경 등 종도와 이웃 사람들이 모두 형렬을 비웃으니, 말씀하시기를 "이 일은 신명공사(神明公事)에서 결정한 것이니 아직 결실기도 아닌데 어찌 풍년과 흉년을 속단하리오?" 하시니라. 과연 5월 5일 폭우 후에 이삭이 다 말라 수확이 없게 되고 쌀값조차 한 말에 7냥으로 오르니 이로부터 모든 사람이 상제님을 더욱 우러러 믿고 따르니라.
11
상제님께서 치병법(治病法)을 처음으로 전주 우묵곡(宇默谷) 이경오(李京五)에게 베푸시니라. 경오는 전부터 친분이 있는 금곡에게 병세가 위독함을 말하고 의원을 부탁하니 금곡이 상제님께 신방(神方)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하니라. 상제님께서 임감(臨鑑)하시니 그 증세는 왼발 무명지가 아프고 쑤시며, 저녁에는 다리 전부가 기둥과 같이 부었다가 낮에는 부기가 내려 원상이 되기를 3, 4년 계속하여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되어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괴병이로다. 모든 일이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헤아리느니, 내가 이 병으로써 본을 삼아 천하의 큰 병 다스림을 시험하리라." 하시고 어수(御手)로 만져 내리신 다음, "처마 끝의 낙수를 받아 씻으라." 하시므로 경오가 명하신 대로 하니 이내 나으니라.
12
경오의 어린아이가 배앓이로 여러 날 대소변이 불통하여 생명이 위독하므로 고쳐 주시기를 간청하니라. 상제님께서 아이를 눕히시고 어수로 어루만지시니 곧바로 소변을 통하니라. 소변을 요강에 받아 두셨다가 후에 보시니 바닥에 가루 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사탕가루라. 어린아이가 사탕을 많이 먹으면 항문이 막히고 이런 병이 나기 쉬우니라." 하시니라.
13
겨울 어느 날 눈이 많이 내리는데, 형렬이 여쭈기를 "전설에 '송우암(宋尤庵)이 거처하는 지붕에는 눈이 쌓이지 못하고 녹았다' 하오니, 실로 천지 지령지기(至靈之氣)를 타고난 사람인가 하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과연 그러하랴? 이제 나 있는 곳을 살펴보라." 하시니라. 형렬이 나가 보니 날이 차고 눈이 많이 내려 쌓였으나 오직 그 지붕에는 한 점도 없고 맑은 기운이 하늘에 뻗쳐 구름이 뚫리고 푸른 하늘이 통하여 보이니라. 이로부터 형렬이 항상 유의하여 살펴보니 언제나 상제님께서 행재하시는 곳에는 반드시 그러하였으며 큰비가 내리는 때에도 또한 그러하니라.
14
언제나 행행하실 때에는 신명에게 내리시는 치도령(治道令)을 종이에 쓰셔서 불사르시면 여름에는 바람이 불어 이슬을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진 길이 굳게 얼어 마른 신발로 거둥하시니라.
15
하운동은 산중이므로 길이 협소하고 숲이 우거져서 이슬이 많을뿐더러 장마에는 길이 개울을 이루었으나, 상제님의 신발은 항상 깨끗하므로 사람들이 모두 신이하게 여기니라.
16
또 거둥하실 때에는 반드시 동구 양편에 운주(雲柱)가 높이 서서 팔(八)자형을 이루므로, 종도들이 그 이유를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이는 장문(將門)이니라." 하시니라.
17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제갈량(諸葛亮)이 제단(祭壇)에서 칠일칠야(七日七夜) 공을 들여 동남풍을 불게 한 것이 우스운 일이라, 공들이는 사이에 일이 그릇되면 어찌하리오?" 하시고 즉시 동남풍을 불게 하시니라.
18
부평 이선경(李善慶)의 장모가 하운동에 살 때, 상제님께서 그 집에서 공사를 행하시며 주인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아내가 49일 동안 정성을 들일 수 있는지 잘 수의하여 보라." 하시니라. 주인이 아내와 의논하니 아내는 진작부터 상제님의 신성하시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므로 굳게 결심하고 응낙하니라. 상제님께서 다시 다짐을 받게 하신 다음, 공사를 행하시는데 날마다 목욕재계하고 떡 한 시루씩 찌게 하시니라. 여러 날이 되자 그 아내가 심히 괴로워서 불평한 마음을 품었더니 이날 떡은 불을 아무리 때어도 익지 아니하므로 크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니라.
19
상제님께서 주인에게 이르시기를 "그대 아내의 성심이 풀려 떡이 익지 아니함을 걱정하니 내 앞에 나와 사죄하게 하라. 나는 비록 용서하고자 하여도 신명들이 싫어함이니라." 하시므로 아내에게 이 말씀을 전하니 아내가 깜짝 놀라 사랑에 나와 사죄한 후 부엌에 가서 시루를 열어 보니 떡이 잘 익어 있으니라. 이로부터 한결같이 정성을 들여 49일을 마치므로 상제님께서 그 정성을 치하하시니 그 아내가 정성이 한결같지 못함을 황송하여 하니라. 상제님께서 위로하시기를 "그대의 성심이 신명에게 사무쳤느니 저 증거를 보라." 하시며 하늘에 오색찬란한 구름이 달을 끼고 있음을 가리켜 보이시니 내외가 합장 배례하니라.
20
종도들에게 하교하시기를 "이제 혼란하기 짝이 없는 선천말대(先天末代)의 천지도수를 뜯어고쳐 새 세상을 열고, 비겁(否劫)에 빠진 인간과 신명을 광구하여 각기 안정을 누리게 하리니 이것이 곧 천지인 삼계의 개벽이니라. 이는 구종(舊宗)의 계소(繼紹)도 아니요, 전성(前聖)의 조술(祖述)도 아니며 오직 내가 처음 짓는 일이니라. 비유하건대 부모가 모은 재산이라도 얻어 쓰려면 쓸 때마다 그 안색을 살펴야 하고, 쓰러져 가는 집에 그대로 살려면 무너질 염려가 있음과 같이 남이 지은 것과 낡은 것을 그대로 쓰려면 불안과 위구(危懼)가 따르느니, 그러므로 새 배포를 꾸미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21
또 "무릇 판 안에 드는 법으로 일을 꾸미려면 세상이 알고 방해를 하느니, 그러므로 판밖에서 남모르는 법으로 일을 꾸미는 것이 온전하니라." 하시니라.
22
"크고 작은 일을 물론하고 신도(神道)로써 이화(理化)하면 현묘불측(玄妙不測)한 공을 거두느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이제 신도를 조화(調化)하여 모든 일을 도의(道義)에 맞추어 무궁한 선경의 운수를 정하리니 제 도수(度數)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하시니라.
23
"지난 임진왜란(壬辰倭亂)에 정란(靖亂)의 책임을 '최풍헌(崔風憲)이 맡았으면 3일 일에 불과하고, 진묵(震默)이 맡았으면 3개월을 넘지 않고, 송구봉(宋龜峰)이 맡았으면 8개월이 걸렸으리라' 하니 이는 선도와 불도와 유도의 법술이 서로 다름을 이름이니라. 옛적에는 판이 작고 일이 간단하여 한 가지만 따로 써도 능히 난국을 바로잡았거니와 이제는 판이 넓고 일이 복잡하므로 모든 법을 합하여 쓰지 아니하고는 혼란을 바로잡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24
"선천에는 상극지리(相剋之理)가 인간사물(人間事物)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人事)가 도의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쳐 마침내 살기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재(慘災)를 일으켰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정리(正理)하고 신도를 조화하여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相生)의 도로써 후천선경(後天仙境)을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무위이화와 불언지교(不言之敎)로 화민정세(化民靖世)하리라." 하시니라.
25
"무릇 강령(綱領)을 들면 조리(條理)가 펴임과 같이 인륜기록(人倫記錄)의 시초이며 원(冤)의 역사의 원초(原初)인 당요(唐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깊은 원을 풀면, 그 이후 수천 년간 쌓여온 모든 원의 결절(結節)이 풀릴지니라. 대저 당요가 단주를 불초(不肖)히 여겨 아황(娥皇) 여영(女英) 두 딸을 우순(虞舜)에게 출가시키고 천하를 양여(讓與)하니, 단주는 깊이 원을 품어 그 울분(鬱憤)의 충동으로 마침내 우순이 창오(蒼梧)에서 붕(崩)하고, 두 왕비가 소상(瀟湘)에 빠지는 참사(慘事)를 이루었느니라.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깊이 박히고 시대의 추이(推移)에 따라 모든 원이 덧붙어서 더욱 증가하더니, 드디어 천지에 충색(充塞)하여 세상을 훼파(毁破)함에 이르렀으므로 단주해원을 위수(爲首)로 하느니라. 또 천하를 청징(淸澄)하려는 큰 뜻을 품었으나 시세가 이롭지 못하여 구족(九族)을 멸하는 참화(慘禍)를 당하고, 의탁할 곳이 없어 철천(徹天)의 한을 머금은 채 중천(中天)에 떠도는 만고역신(萬古逆神)의 해원(解寃)을 위차(爲次)로 하여 각기 원앙(冤殃)과 억울(抑鬱)을 풀고, 행위를 심리하여 곡해(曲解)를 바르게 하거나, 의탁을 붙여 영원히 안정을 얻게 함이 곧 선경건설(仙境建設)의 첫걸음이니라." 하시니라.
26
"원래 역신(逆神)은 시대와 기회가 지은 바니라. 포부를 이루지 못한 원한이 하늘에 넘치는데 세상 사람들은 사리를 모르고 그들을 미워하여 유례가 없는 악평으로써 일상용어(日常用語)에 원흉(元兇)으로 일컬으니, 역신들은 이를 싫어하므로 이제 모든 역신을 만물 중에 시비 없는 성수(星宿)로 붙여 보내리라. 하늘도 명천(明天)과 노천(老天)의 시비가 있고 땅도 후척(厚瘠)의 시비가 있으며, 날도 수한(水旱)의 시비가 있고 때도 한서(寒暑)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는 시비가 없음이니라." 하시니라.
27
"예로부터 각 지역을 할거(割據)하는 모든 족속들의 분란쟁투(紛亂爭鬪)는 각 지방신(地方神)과 지운(地運)이 서로 통일되지 않음에 기인함이니라. 그러므로 이제 각 지방신과 지운을 통일함이 인류화평의 원동(原動)이 되리라." 하시니라.
28
"전주 모악산은 순창(淳昌) 회문산(回文山)과 서로 마주 서서 부모산이 되었으니, 부모는 한 가족의 장으로서 가족을 양육통솔(養育統率)함과 같이 지운을 통일하려면 부모산으로 비롯하여야 하느니라. 이제 모악산을 주(主)로 하고 회문산을 응(應)으로 하여 산하의 기령(氣靈)을 통일하리라. 또 수운 가사(水雲歌詞)에 '산하대운(山河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라' 하고 궁을가(弓乙歌)에 '사명당(四明堂)이 갱생(更生)하니 승평시대(昇平時代) 불원(不遠)이라' 함과 같이 사명당을 응기(應氣)시키되 회문산 오선위기(五仙圍碁)로 시비를 끄르고, 무안 승달산(僧達山) 호승예불(胡僧禮佛)로 앉은 판이 되며, 태인 배례(拜禮)밧 군신봉조(群臣奉詔)로 임금을 내고, 장성 손룡(巽龍) 선녀직금(仙女織錦)으로 비단옷을 입히리니, 이로써 밑자리를 정하여 산하대운을 돌려 발음(發蔭)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29
"모든 족속들은 각양각색의 생활 경험과 전통사상(傳統思想)으로 각기 다른 문화를 지어냈으나, 이는 본시 무극 · 태극, 체 · 용(體用)의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그 상충(相衝)하는 기회에 이르러서는 끝내 큰 시비를 이루느니, 그러므로 각 족속의 모든 문화의 진액(津液)을 원시반본(原始返本)으로 추집(抽集)하여 후천선경의 기초(基礎)를 정하리라." 하시니라.
30
"선도와 불도와 유도와 서도(西道)는 세계 각 족속의 문화의 근원이 되었으니, 이제 최수운(崔水雲)을 선도의 종장(宗長), 진묵(震默)을 불도의 종장, 주회암(朱晦庵)을 유도의 종장, 이마두(利瑪竇)를 서도의 종장으로 명하여 각기 그 진액을 수렴(收斂)하고, 모든 도통신(道統神)과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려 각 족속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精髓)를 추집하여 통일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31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틈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배 속에 출입하게 하여 그 체성(體性)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목석(木石)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히 하여 심구의(心口意)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지어다.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强權)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서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대운(大運)을 감당하지 못함이니라. 부자의 집과 곳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히 쌓여 있느니라." 하시니라.
32
"선천에는 위무(威武)로써 보배를 삼아 복과 영화를 이에서 구하였느니 이것이 상극(相剋)의 유전(遺傳)이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가 없으면 버리고 천한 것이라도 쓸모가 있으면 취하느니라. 이제 서양에서 건너온 무기의 폭위(暴威)에는 대가 되지 않아 겨룰 수 없으니 전쟁은 장차 끝내리라. 그러므로 모든 무술과 병법을 멀리하고 의통(醫統)을 알아서 사람을 많이 살리면 보은(報恩)줄이 찾아 들어 영원한 청복(淸福)을 누리리라." 하시니라.
33
"서양사람 이마두(利瑪竇)가 동양에 와서 천국(天國)을 건설하려 하였으나, 유교의 뿌리가 깊어서 적폐(積弊)를 쉽게 고쳐 이상(理想)을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역서(曆書)를 개제(改製)하여 민시(民時)를 밝힘에 그치더니, 죽은 후에 동양의 신명들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돌아가서 문운(文運)을 여니라. 예로부터 천상신(天上神)과 지하신(地下神)이 각기 지경을 지켜 서로 상통(相通)하지 못하더니, 이마두가 비로소 그 한계를 개방하여 천상 지하의 모든 신명이 서로 내왕하게 되니라. 이로부터 지하신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사람에게 혜두(慧竇)를 열어 줌으로써 모든 학술을 계발(啓發)하고 정묘한 기계를 발명하여 천국의 모형을 본뜬 것이 현대의 문명이니라.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에 정통(精通)할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내어 천도(天道)에 대항하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써 오천만신(傲天慢神)이 극에 달하니, 신위(神威)가 실추(失墜)되고 삼계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상도(常道)를 벗어나, 드디어 진멸지경(殄滅之境)에 이르렀느니라." 하시니라.
34
"이에 원시(元始)의 신(神) 성(聖) 불(佛) 보살(菩薩)이 회합하여 '이와 같은 삼계의 겁액(劫厄)을 구천상제님 아니시면 광구할 수 없다'라고 호소하므로, 내가 이에 서천서역(西天西域)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階塔)에 내려와서 삼계를 주시(周視)하고 천하를 대순(大巡)하다가 이 동토(東土)에 그쳐, 승 진표(眞表)가 미륵경(彌勒經)에 의거한 당래(當來)의 비의(秘意)를 감통(感通)하고 모악산에 금산사를 건조하여 지심기원(至心祈願)하던 미륵금신(彌勒金身)에 임하여 30년을 지내면서 최제우(崔濟愚)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大道)를 수창(首唱)하게 하였노라. 그러나 제우가 능히 유교의 구형(舊型)을 초월하지 못하고 무극 · 태극의 진법(眞法)을 천명(闡明)하여 인신(人神)의 표극(表極)을 지으며 대도의 진광(眞光)을 계명(啓明)하지 못하므로, 드디어 갑자(甲子)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잠시 제방(諸邦) 당저(當宁)에게 인민섭호(人民攝護)의 명을 붙였다가, 그로부터 태극(太極) 팔괘(八卦)에 응하여 8년이 되는 신미년에 내 몸소 인신으로 강세하였노라." 하시니라.
35
"진묵이 천상의 묘법(妙法)으로 좋은 세상을 꾸미려 하다가, 김봉곡(金鳳谷)에게 참변(慘變) 당한 원을 품은 채 동양의 도통신(道統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건너가 문화계발(文化啓發)에 역사하였느니, 이제 그를 해원 환국시켜 선경건설에 역사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36
"이때는 천지성공시대(天地成功時代)니라, 서신(西神)이 사명(司命)하여 만유(萬有)를 재제(宰制)함으로써 모든 사리를 집대성(集大成) 하느니 소위 개벽이니라. 만물이 가을바람에 조락(凋落)도 하고 성숙도 함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맺어 창성할 것이요, 거짓된 자는 조락하여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혹 신위를 떨쳐 불의를 숙청(肅淸)하며, 혹 인애(仁愛)를 베풀어 의인(義人)을 돕느니 삶을 구하는 자와 복을 구하는 자는 이에 힘쓸지니라." 하시니라.
37
"원래 인간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憤痛)이 터져 대병을 이루느니 그러므로 이제 모든 일을 풀어놓아 각기 자유행동에 맡겨 먼저 난법(亂法)을 지은 후에 진법을 내리니 모든 일에 마음을 바르게 하라. 사위(詐僞)는 모든 죄의 근본이요, 진실은 만복의 근원이니라. 이제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에게 임감(臨鑑)하여 마음에 먹줄을 잡혀 사정(邪正)을 감정(勘正)하여 번갯불에 달리리니, 마음을 바르게 못 하고 사위를 자행하는 자는 지기(至氣)가 돌 때 심담(心膽)이 터지고 뼈마디가 퉁겨 나리라. 운수는 좋건마는 목 넘기가 어려우리라." 하시니라.
38
"후천에는 천하일가(天下一家)가 되어 위무(威武)와 형벌을 쓰지 아니하고 조화로써 중생을 이화(理化)할지니, 관원은 직품(職品)을 따라 화권(化權)이 열리므로 분의(分義)에 넘치는 폐단이 없고, 백성은 원한과 극학(剋虐)과 탐음진치(貪淫瞋癡)의 모든 번뇌(煩惱)가 그치므로 성식용모(聲息容貌)에 화기가 넘치고, 동정어묵(動靜語默)이 도덕에 합하며 쇠병사장(衰病死葬)을 면하여 불로불사하고, 빈부의 차별이 철폐되어 호의호식(好衣好食)이 소용대로 서랍에 나타나리라. 모든 일은 자유욕구에 응하여 신명이 수종들며, 운거(雲車)를 타고 공중을 날아 먼 데와 험한 데를 다니며, 천문(天門)이 나직하여 승강(昇降)이 자재(自在)하고, 지견(知見)이 투철하여 과거 현재 미래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모든 일을 통달하며, 수화풍(水火風) 삼재(三災)가 없어지고, 상서(祥瑞)가 무르녹아 청화명려(淸和明麗)한 낙원으로 화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39
"후천에는 계급이 많지 않으리니 오직 두 계급이 있으리라. 그러나 식록(食祿)은 고르리니 만일 급이 낮고 녹까지 고르지 아니하면 또한 원통하지 아니하랴!" 하시니라.
40
"앞으로 오는 세상에는 불 때지 않고 밥을 지을 것이요,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도가(道家)마다 등대 하나씩 세워 이로써 온 동네가 대낮같이 밝으리니, 이제 전등은 그 표본(標本)에 지나지 않느니라. 또 기차도 화통 없이 수만 리를 삽시간에 통행하고, 문고리와 옷걸이도 황금으로 만들며 신도 금당혜(金唐鞋)를 신으리라. 곡식 종자도 한 번 심으면 해마다 그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서 수확하여 심고 거두기에 힘들지 않으며, 아무리 박토(薄土)라도 옥토(沃土)가 되리니 이는 땅을 석 자 세 치 태우는 까닭이니라." 하시니라.
41
"치우(蚩尤)가 작란(作亂)하여 큰 안개를 지으므로 황제(黃帝)가 지남거(指南車)로써 평정하였느니, 작란자도 조화요 정란자(靖亂者)도 조화니라. 제우는 동세(動世)를 맡았으나 나는 정세(靖世)를 맡았느니, 전명숙(全明淑)의 동은 곧 천하의 난을 동하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42
"동학 신도들이 안심가(安心歌)를 잘못 해석하여 난을 지었느니라. 일본 사람은 삼백 년 동안 돈 모으는 공부와 총 쏘는 공부로 부강지술(富强之術)을 배워 왔으나 너희들은 무엇을 배웠느뇨? 일심으로 삼 년을 못 배우고 석 달을 못 배웠으니 무엇으로 저희들을 대항하리오? 저희들을 하나 죽이면 너희들은 백이나 죽으리니 대항할 생각을 말라. 이제 최수운에게 일본명부, 전명숙에게 조선명부, 김일부에게 청국명부를 맡겨 일령지하(一令之下)에 하룻저녁이면 대세를 돌려 잡게 하리라." 하시니라.
43
"용력술(勇力術)을 배우지 말라, 기차와 윤선(輪船)으로 백만 근을 운반하리라. 축지술(縮地術)을 배우지 말라, 운거(雲車)를 타고 바람을 어거(馭車)하여 만릿길을 경각(頃刻)에 달하리라." 하시니라.
44
"조선 사람은 비결을 믿고 정씨(鄭氏)만 찾느니,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정씨만 찾아서 무엇하리오? 한갓 분란만 될 뿐이므로 정씨와 조씨(趙氏)와 범씨(范氏)를 다 없이하였노라. 속언에 그른 일하는 자를 '방정(訪鄭)맞다.' 이르고, 옳은 일하는 자를 '내정(來鄭)이 있다.' 이르느니라." 하시니라.
45
"이제 일본 사람이 조선에 와서 천고역신(千古逆神)을 거느려 역사를 시키느니라. 조선이 개국한 후로 벼슬하는 자들이 모두 정씨를 사모하였으니 이는 이심(二心)이라, 남의 신하로서 이심을 품으면 곧 역신(逆臣)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역신(逆神)이 '너희들도 이심을 품었거니 어찌 우리를 그다지 학대(虐待)하느뇨?' 하니 이로 인하여 저들이 일본 사람을 대하면 죄인처럼 두려워하느니라." 하시니라.
46
한 종도가 여쭈기를 "조선의 말년에 이란(吏亂)이 있으리라 하니 정녕 그러하오리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손병희(孫秉熙)가 영웅이라, 장차 난을 꾸미리니 그 일을 이름이니라. 손병희는 손진주(損眞主)라, 박절하게 성채(城砦) 아래서 턱을 괴고 앉아 모의하므로 성사하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47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현하대세(現下大勢)를 오선위기의 기령(氣靈)으로 돌리느니,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며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袖手傍觀)하고 다만, 공궤만 하느니 연사에 큰 흠이 없어 공궤지절(供饋之節)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은 다함이라, 만일 바둑을 마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리느니, 옛날 한고조(漢高祖)는 마상(馬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하였으나 너희는 좌상(座上)에서 득천하하리라." 하시니라.
48
또 "장차 청일전쟁(淸日戰爭)이 두 번 나리니 첫 번에는 청국이 패하였으나, 두 번째는 10년을 끌다가 끝내 일본은 쫓겨가고 호병(胡兵)이 들어오리라. 그러나 한강 이남은 범하지 못하리니 그때에 괴병이 엄습하는 까닭이니라. 미국은 한 손가락을 퉁기지 아니하여도 쉬이 돌아가게 하리라." 하시니라. 이 말씀을 마치신 뒤에 "동래(東萊) 울산(蔚山)이 흐느적흐느적 사국강산(四國江山)이 콩 튀듯 한다." 하고 노래를 부르시니라.
49
"중국은 동서양의 오고 가는 발길에 채여서 망하게 되리라." 하시니라.
50
"현하대세가 씨름판과 같으니 아기판과 총각판이 지난 뒤에 상씨름으로 판을 마치리라." 하시니라.
51
"현하대세가 가구판 노름과 같으니 같은 끗수면 말수(末手)가 먹느니라." 하시니라.
52
"동양은 불로 치고 서양은 물로 치리라. 세상을 불로 칠 때에는 산도 붉어지고 들도 붉어져서 자식이 지중(至重)하나 손잡아 끌어낼 겨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53
상제님께서 김병선(金炳善)에게 글 한 장을 써 주시니 이러하니라. 日入酉配 亥子難分 日出寅卯辰 事不知 일입유배 해자난분 일출인묘진 사부지 日正巳午未 開明 日中爲市 交易退 帝出震 일정사오미 개명 일중위시 교역퇴 제출진
54
상제님께서 하교하시기를 "동서양의 싸움을 붙여 기울어진 판을 바로잡으려 하나, 워낙 짝이 틀려 겨루기 어려우므로 병으로써 판을 고르게 하리라." 하시니라.
55
또 "바둑도 한 수만 높으면 이기느니 남모르는 공부를 하여 두라. 이제 비록 장량(張良) 제갈(諸葛)이 두름으로 날지라도 어느 틈에 끼인지 모르리라. 선천에는 수한도병(水旱刀兵)의 겁재(劫災)가 서로 번갈아서 그칠 사이 없이 세상을 진탕(殄蕩)하였으나, 아직 병겁(病劫)은 크게 없었느니 앞으로는 병겁이 온 세상을 엄습하여 몸 돌이킬 겨를 없이 홍수 밀리듯 인류를 전멸시키되 살아날 방법을 얻지 못하리라. 모든 기사묘법(奇事妙法)을 다 버리고 의통을 익혀 두라. 내가 삼계공사로써 이 땅의 모든 큰 겁재를 물리쳤으나, 오직 병겁은 그대로 두고 너희들에게 의통(醫統)을 전하여 주리니 멀리 있는 진귀(珍貴)한 약품을 중히 여기지 말고 순전한 마음으로 의통을 알아 두라." 하시니라.
56
"앞으로 괴질이 돌 때에는 자다가도 죽고 먹다가도 죽고 왕래하다가도 죽어 묶어 낼 자가 없음으로 쇠스랑으로 찍어 내되, 신발 돌려 신을 정신도 차리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57
"시속에 부녀자들이 비위에 거슬리면 '급살 맞으라' 하느니 이는 급살병(急殺病)을 이름이라, 하룻밤 하룻낮을 불면불휴(不眠不休)하고 짚신 세 켤레씩 떨어뜨리며 시체를 밟고 넘어 병자를 건지리니 이렇듯 급박할 때 나를 믿으라 하면 안 믿을 자가 있으리오? 시장이나 집회 중에서라도 저 사람들이 나를 믿으면 살고 잘되려니 하는 생각을 가지면, 그들은 몰라도 너희에게는 덕이 있으리라." 하시니라.
58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편하니 미래사(未來事)를 아는 자는 창생(蒼生)의 일을 생각할 때 비통을 이기지 못하느니라. 이제 천하창생이 진멸지경에 박도(迫到)하였는데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재리(財利)에만 몰두하니 어찌 애석하지 아니하리오?" 하시니라.
59
하루는 벽을 향하여 누우셨다가 문득 탄식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전 인류가 진멸지경에 이르렀는데 아무리 하여도 전부 다 구제하기는 어려우니 어찌 원통하지 않으리오?" 하시며 슬퍼하시니라.
60
또 하교하시기를 "이 세상에 조선처럼 신명대접(神明待接)을 잘하는 곳이 없음으로,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각기 소원대로 공궤(供饋)하리니 도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천하사(天下事)만 전념(專念)하게 되리라." 하시니라.
61
"내가 출세할 때에는 하룻저녁에 주루보각(珠樓寶閣) 36만 칸을 지어 각기 닦은 공력(功力)에 따라 좋은 자리에 앉히고 신명들로 하여금 의식(衣食)을 받들게 하리니, 만일 부당하게 앉는 자가 있으면 신명들이 끌어 내치리라." 하시니라.
62
하루는 뇌전(雷電)을 일으키시며 말씀하시기를 "후일 내가 출세할 때에는 천지진동하고 뇌성벽력(雷聲霹靂)이 더욱 크게 일어나리니, 잘못 닦은 자는 앉을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엎어지리라. 부디 수심근행(修心謹行)하되 항상 나를 잊지 말라." 하시니라.
63
원평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속언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이르느니 이 앞들에 큰 윤선이 뜨되 길 위에는 올라오지 못하리라. 이는 곧 까마귀는 날고 배는 떨어진다는 말이니라." 하시니라.
64
용암리(龍岩里) 앞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이곳에서 원평이 건너다보이나, 후일 건너다보이지 아니하다가 다시 보일 때가 있으리니 그리되면 세상사가 가까운 줄 알지니라." 하시니라.
65
또 하교하시기를 "나의 말은 약이라,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위안도 하고 병든 자를 낫게도 하며 죄형(罪刑)에 걸린 자를 풀기도 하는 까닭이니라. '충언(忠言)이 역이(逆耳)나 이어행(利於行)이라.' 하느니 나의 말을 잘 믿을지니라." 하시니라.
66
"공부하는 자들이 방위가 바뀐다고 하나 내가 천지의 도수를 돌려놓았음을 세상이 어찌 알리오?" 하시니라.
67
"선천에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앞으로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듦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68
김형렬에게 하교하시기를 "남 잘되는 것을 부러워 말고 남은 복이 많으니 남은 복을 구하라. 호한(呼寒) 신천(信天)도 유불사(猶不死)니라." 하시니라.
69
"춘무인(春無仁)이면 추무의(秋無義)라, 농가에서 추수한 후에 곡식종자를 갈무려 두는 것은 오직 토지를 믿는 연고니 이것이 곧 신로(信路)니라." 하시니라.
70
한 종도가 연사(年事)를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칠산(七山)바다의 조기도 먹을 사람을 정하여 놓고 잡히느니라. 농사도 또한 그와 같이 될 것이므로 굶어 죽지는 않으리라." 하시니라.
71
상제님께서는 비록 미천한 사람을 대하셔서도 반드시 존대(尊待)하시고, 형렬의 종 지남식(池南植)에게도 언제나 존대하시므로 형렬이 여쭈기를 "이 사람은 저의 노복(奴僕)이오니 존대하지 마옵소서." 하니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이 그대의 종이지 나에게는 아무 관계도 없느니라. 또 이 고장에서는 어려서부터 숙습(熟習)이 되어 창졸간(倉卒間)에 말을 고치기 어려울 것이나, 다른 곳에 가면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다 존대하라. 이후로는 적서(嫡庶)의 명분(名分)과 반상(班常)의 구별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72
형렬이 어떤 친족에게 합의하지 못한 일이 있어 모질게 꾸짖음을 상제님께서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아직 언척이 덜 풀려서 원이 남아 있음이로다. 오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요,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니라.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사는 마음의 자취라, 말을 선하게 하면 복이 되고 점점 큰 복이 되어 내 몸에 이르며, 말을 악하게 하면 재앙이 되고 점점 큰 재앙이 되어 내 몸에 이르느니라." 하시니라.